『호 아저씨를 기다리며』는 오늘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땅에 ‘베트남의 호치민’ 같은 큰 일물이 나타나기를 학수고대하는 아주 특별한 소설이다.
나는 『학원』이라는 학생문예지를 매개로 하여 조국상과 만나고, 문학지망생이라는 동질성에 이끌려 애증 어린 우정을 평생 동안 이어간다. 그리고 죽음에 직면한 조국상으로부터 ‘호치민 전기’를 마무리해 달라는 유언을 떠맡게 된다.
조국상이 집필하다가 마무리하지 못한 ‘호치민 전기’는, 이 땅에 그런 큰 인물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조국상의 염원이자 나의 염원이기도 하다.
소설 『호 아저씨를 기다리며』는 나와 조국상의 만남으로부터 출발하여 이별하는 데서 끝을 맺지만, 나와 조국상의 염원 때문에 시작점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게 된다. 끝내서도 안 되고, 끝날 수도 없으며, 끝나지 않은 소설인 것이다.
전국 중고교 문예백일장에 참가하기 위한 상경 길의 기차에서 나와 처음 만났을 때의 조국상은 어른 같은 고교생 시인이었다.
그리고 조국상은 그때부터 큰 인물을 좇아서 섬기는 우상 꿈꾸기였으며,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데리고 김대중 국회의원을 찾아갔다가 허탕을 친다.
나는 조국상은 반국가사범으로 퇴학을 당하고, 대학 진학을 위한 상경길에 조국상을 찾아갔던 나는 그의 부친 수술비로 입학금의 절반을 내놓게 되지만, 추후 그중 절반이나 회수하게 되었는지 흐지부지되었다.
나는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는데, 어디론가 잠적했던 조국상은 김대중 대통령 후보 유세장에서 나와 잠시 마주쳤으나 김후보 낙선 뒤 다시 사라지고 만다.
백시종
한국문학의 거장. 경상남도 남해 출생으로 1967. [동아일보] 신춘문예 『비둘기』, [대한일보] 신춘문예 『뚝 주변』이 당선되었다. 한국소설문학상·오영수문학상·채만식문학상·류주현문학상·중앙대학문학상·노근리문학상 . 2021년 세종문화상을 수상하였다.
문예바다 발행인, 김동리기념사업회 회장이다.
주요 작품집으로『황무지에서』 『여수의 눈물』 『누란의미녀 』 『호아저씨를 기다리며』 『오옴하르음악회』 『강치』『주홍빛 갈매기』 『들끓는 바다』 『망망대해』 『북망의 바다』 『겨울 두만강』 『환희의 끝』 『그 여름의 풍향계』 『서랍 속의 반란』 『굿바이 수라바야』 『돼지감자꽃』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팽』 『자라지 않는 나무들』 『비, 축제에 쏟아지다』 『돈황제』 『달래산 달래강』 『길을 묻는 여자』 『서울의 눈물』 『수목원 가는 길』 『강치』 『풀밭 위의 식사』 『오주팔이 간다』 『물』 등이 있다. 대하소설로 『걸어다니는 산』(전7권), 『대물』(전5권), 『재벌본색』(전5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