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詩人은 시인視人이다. 詩人은 모든 존재의 진리를 보는 사람, 욕망과 선입견을 버리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보는 사람이다.”
생애토록 서정시만을 써 온 이진흥 시인은 사물을 바르게 보기 위해서는 세상의 온갖 욕망으로 때가 낀 눈을 닦아 어린이의 맑고 순수한 눈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굴절된 사물의 모습을 아무리 잘 묘사한다 해도 그것은 이미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감동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 블루로 우울한 이 시대에 악수 대신 손바닥만 한 이 작은 시집을 건네며 서로 안부를 묻고 촉촉한 감성에 젖어 봄도 좋을 것 같다.
공부하는 것과 시 쓰는 것이 어떻게 다른가를 생각해 본다. 한마디로 그것은 머리와 가슴의 차이, 다시 말해서 이성과 감성의 차이가 아닌가? 즉 머리(이성)는 이해를 추구하지만, 가슴(감성)은 감동을 목표로 하는 것인데, 이때 이해의 대상은 사실을 규명하는 것이고, 감동의 발원은 진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전자는 사실의 세계이고 후자는 진실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높은 나뭇가지에 달린 과일을 딸 때, 공부하는 사람은 나무를 기어오르거나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 손으로 따지만, 시를 쓰는 사람은 그것을 바라보고 눈으로 딴다. 사실을 대상으로 하는 공부(학문)는 구체적인 사물에서 그 원형을 찾아가는 추상화의 과정이고, 진실을 대상으로 하는 시 쓰기(예술)는 가슴속의 추상적인 느낌을 언어(이미지)를 통해 구체적인 것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이다.
― 「서정抒情을 향하다」 중에서
이진흥
- 서울 출생, 서강대 졸업
- 1972년 중앙일보 등단
- 시집 『별빛 헤치고 낙타는 걸어서 어디로 가나』 『칼 같은 기쁨』 『어디에도 없다』 등
- 연구서 『한국 현대시의 존재론적 해명』
- 평론집 『진실과 감동의 언어』
- 산문집 『신화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