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나의 문학
내 영혼을 움직이게 한 문학
이제 서러워지기 시작한 인생은, 마지막 남은 인연을 재촉한다. 남의 아픔을 그리기 전에 내 아픔이 절실한, 나 같은 소설을 못 쓰는 사람이 있어야 유명작가가 빛난다는 마음으로 문단의 말석을 차지했다.
부끄럽다. 등단 32년, 소설다운 소설 한 편 못 쓴 작가로 살아온 인생살이는 진실로 나를 위해 산 시간은 별로 없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밀려오는 회한들…… 상처를 주고받은 시간들이 가슴속에 잡초처럼 무성하다. 이렇게 살아온 나에게 귀중한 지면이 주어짐은 필히 늙은이의 영혼 우대증일 것이다.
살아 놓고 보니 남들은 쉽게 먹는 불고기 한번 실컷 못 구워 먹인, 그렇게 갈망하던 빌로도 치마 한 감 못 사 입힌 아내가 왠지 마음에 맺힌다. 80평생을 나 때문에 우울증을 앓다 못해 알츠하이머 증으로 과거 이야기를 밤새도록 되풀이해 잠을 못 이루게 하는 아내. 이제 살날도 얼마 남지 않은 인생, ‘과거는 다 잊고 살자’는 나의 말에 ‘뼈에 사무치는 아픔을 어떻게 잊느냐?’ 아버지는 일본 징병에 끌려가 재봉지가 오고, 어머니는 그녀를 버리고 개가를 하고, 조부모 슬하에서 자란 어린 시절을 뒤돌아보고, 돈 세상에 돈을 모르고 술타령만 하는 남편을 만나 살아온 아내의 영혼 병은 지나온 발자국마다 눈물이 고인 흔적이었으리라. 아픈 그녀였다.
심우尋牛 박하식朴河植
1938년 경북 봉화 출생. 스리랑카 국립 팔리대학교 불교사회철학과 졸업. 1986년 『문학세계』에 단편소설 「삼동할머니」로 신인상 수상. 1987년 『이승의 옷』 단행본 발행. 1993년 축산신문 현상공모에 중편 「토종」 당선으로 등단.
·경력
- 매일신문 기자.
- (주)영주 봉화향토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
- 경북불교대학 및 대학원 강사.
- 1976년 한국문인협회 영주지부 창립 발기인, 지부장.
- 한국예총영주지부 창립, 초대지부장 역임.
-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위원.
-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경북지회 소설분과위원장.
- 대구소설가협회 회원.
-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 청소년선도위원.
- 대전 숙모회肅慕會(신라·고려·조선시대의 단종과 그 신하 충혼 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