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신라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장편소설 『덕혜옹주』로 낙양의 지가를 올린 중견문인 권비영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이다. 현실과 상상력의 조합을 통해 소설적 담화를 축조하는 데 익숙한 그는 이번 작품집에 수록된 12편의 소설들에서도 지금까지처럼, 거의 모두 비극적 세계관을 바탕에 두고 세상을 바라본다. 왜 굳이 자아 밖의 세계를 그러한 시각으로 바라보느냐 하는 문제 제기는 별반 효용성이 없다. 네카의 입방체를 보듯이 여러 방향에서의 관찰을 설정하는 다원주의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온전히 작가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순간순간 나는 행복하다. 갇혀 있으므로 오롯한 광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 그래서 갇힌 채로도 열심히 쓰려고 한다. 얼룩진 인간의 삶과 역사에 대해, 인생의 비의悲意에 대해. 쓸쓸한 삶의 그늘에 대해, 그 경건함에 대해…….
- 「작가의 말」 중에서
일찍이 단테가 『신곡』에서 “남의 빵이 얼마나 쓰고 남의 사다리 오르내림이 얼마나 고된 것인가를 너 스스로 시험하라.”고 한 것처럼, 이 작가 권비영은 가장 낮고 척박한 지점에 선 인물들과 더불어 세상을 반사하는 또 하나의 거울을 마련해 주었다. 그렇게 인식하기로 하면 이 소설집에 수록된 소설들은, 우리 시대의 여러 난제와 난관에 대한 경각심을 타산지석이나 반면교사의 방식으로 발화하는 서사적 형상력을 가졌다 하겠다.
- 김종회(평론가)
- 1995년 신라문학상 등단
- 장편소설 『덕혜옹주』(6개국 번역 수출, 영화로도 제작됨)
『은주』 『몽화』 『엄니』 『하란사』 『잃어버린 집』
- 소설집 『그 겨울의 우화』 『달의 행로』 『벨롱장에서 만난 사람』
- 동화집 『택배로 부탁해요』 『란사 이야기』
- 2010년 라이프 온 어워드 선정(올해의 책)
2014년 춘포문화상 수상(언론출판)
2022년 한국소설작가상 수상
- 한국소설가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