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무 | 한국사이버문학관 | 8,000원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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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나는 오늘도 그 나무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까치와 딱따구리와 직박구리들이 노쇠한 나뭇가지에 앉아 통곡의 나무 대신 향수 어린 울음을 운다. 5월 훈풍이 불고, 주위에 수수꽃다리 향기는 그윽한데, 아아, 그 질곡의 시대에 질식했던 선열들의 통곡은 지금도 살구나무 꽃잎처럼 허공에 흩어진다. 그리고 곧 일제의 만행에 갈가리 찢어지고 피로 물든 수의를 걸친 애국선열들의 영상이 허공에 나타나,
- 흰 저고리 피로 물들어도 웃음으로 밝은 세상 꿈꾸리라. 죽어서도 차마 놓지 못할 광복의 그 찬란한 꿈
이라는 글자를 옥사 벽에 새기는 것 같다.
- 「서대문형무소와 통곡의 미루나무」 중에서